단국대 영화과 수시 실기고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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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입시

단국대 영화과 수시 실기고사 후기

by 영화과 글쓰기 2020. 10. 19.

 

 

단국대 영화과 실기고사는 다른 대학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장르적 글쓰기나 미리 준비해 온 글의 사용이 쉽지 않습니다.

 

단국대 시험을 보고 온 입시생들은 제시문과 제시어는 기억하지만 막상 문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시문과 제시어가 문제 아니냐고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제시문을 통해 제공된 상황(시간과 공간) 내에서 세 개의 키워드를 활용하여 이후의 상황을 이야기로 완성하시오." 즉, 문제는 ① 제시문의 시간과 공간 내에서 ② 세 개의 키워드를 활용하여 ③ 이후의 상황을 이야기로 완성하는 겁니다.

 

장면 만들기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요. 제시문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배경의 제약 조건을 명심해야야 합니다. 뚜렷한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않은 채 함부로 시공을 뛰어넘는 실책을 범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렇다고 다음의 이야기 전개를 제시문의 시간과 공간을 그대로 이어받아서만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키워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키워드를 주어진 시간과 공간 안에 있는 오브제로 설정할 수도 있고, 플래시 백이나 플래시 포워드로 시간과 공간에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드린대로 개연성이 약한 시공의 변화는 단국대 실기에서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같은 실기 유형은 올해도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대학측이 실기 기출문제를 내년 봄에야 공개하기 때문에 정확한 제시문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입시생들의 기억을 종합하면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 웨스 앤더슨, 2014

 

 

 

<제시문>

오후 3시,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간이다. 문 옆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남자는 출장을 자주 가는지 항상 큰 캐리어를 가지고 다녔다.  남자는 때때로 미소짓는 얼굴로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나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도 남자가 와서 테이블 옆에 캐리어를 소중히 놓았다. 흰머리를 한 부인이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고민거리는 해결됐나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남자가 되물었다. "여러분,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흰머리의 노부인이 점잖게 호텔 식당의 손님들에게 말했다.

 

<제시어> : 캐리어, 유리잔, 안경

 

그렇다면, 시간은 오후 3시, 장소는 어느 호텔 식당 안입니다. 바로 다음 장면부터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는 선택을 했다면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는 이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와야 할 겁니다. 제시문의 '나' 때문에 시점을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화의 시점은 복합적입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같은 소설의 시점 이론은 자유롭게 복합적인 시점들을 넘나드는 현대 영화를 다 설명하지 못합니다. 영화는 편집과 프레임이라는 영화 문법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해방시켰습니다. 그에 따라 시점의 문제도 더불어 해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스토리텔링> 김윤아, 아모르문디

 

다시 단국대 문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작년 수시의 경우 제시어 3개가 모두 제시문에 이미 나와 있는 단어들이었습니다. 그런 키워드들은 제시문의 상황에서 함부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올해는 제시어 '캐리어'가 그런 역할입니다. 이미 제시문에 나와 있는 말인데 그걸 다시 제시어로 주면서 이후 상황을 완성하는 이야기의 키워드로 사용하라고 합니다. 출제자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제시문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캐리어'를 소홀히 여기지 말라는 겁니다.  제시어 '캐리어'를 중요하게 사용하지 않는 다음 장면을 만들지 마세요, 라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제한돼 있고, 주요 키워드도 정해준 상황에서 창작의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남아 있는 두개의 키워드 <유리잔>과 <안경> 뿐입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숨통이 좀 더 트였습니다. 

 

오후 3시, 손님들이 앉아 있는 호텔 식당. 캐리어를 옆에 놓고 그 시간에 식사를 하는 남자, 그 남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흰머리의 부인... 공간의 분위기가 파악되셨나요?

 

 

카메라의 다음 시선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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