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상입시/ 서울예대 영화과 이미지분석

 

서울예대 영화과의 실기시험은 다른 대학들과는 다릅니다. 인서울 주요 대학들의 영화과 실기가 이야기구성이라면, 서울예대는 이미지 분석입니다. 영화연출 입시를 준비하는 입시생들에게는 짐이 하나 더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물론 영화과입시 학원에서 이야기구성을 배우면서 기본적인 영화영상 이론, 영화사, 영상분석 등도 같이 익힙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야기구성을 더 잘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학습하는 것이지 서울예대 영화과의 이미지분석에 대비하는 차원까지 미치지는 못합니다.

 

 

<차이나타운> 로만 폴란스키, 1974

 

 

그래서일까요. 서울예대 영화과 지원자들 중에는 실기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로 고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야기구성을 훈련하면서 배운 지식으로 그냥 시험보러 온다고나 할까요. 어차피 수시에서 서울예대는 4년제 대학 6개 외에 제한없이 지원할 수 있는 전문대학이니까, 그런 심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울예대 영화과 입시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괜히 전형료와 시간만 낭비하는 셈입니다. 서울예대는 질의응답에서 영화이론과 영화사와 관련된 지식을 물어보는 몇 안되는 대학들에 속합니다.

 

 

 

서울예대의 이미지분석은 결국 미장센 분석입니다. 미장센을 분석한다는 것은 감독이 만든 화면을 하나씩 해체, 분리해서 거기서 도출되는 정서와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보는 눈도 날카로워야 하지만, 습득해야 할 지식도 많고 반복된 훈련을 감내해야 합니다.

 

미장센 분석은 미장센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런 다음에 구성요소들을 프레임 안에서 찾아내고 해체해서 연출의도를 추정하는 과정입니다. 미장센은 다양한 구성요소를 지닙니다. 영화과 입시생이라면 하이앵글, 로우앵글이란 말 정도는 들어봤겠지요. 그건 미장센의 촬영 요소에 해당됩니다. 촬영 코드라고도 하는데, 초점거리의 선택(렌즈의 선택), 카메라의 앵글과 움직임, 피사계 심도, 화면비율, 화면구도 등이 포함됩니다.

 

촬영 코드가 미장센 분석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건 맞지만 그것만 갖고는 분석의 틀이 부족하다는 것을 곧 느낄 겁니다. 색채와 조명은 촬영 코드와 함께 미장센 분석에서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됩니다. 거기에 디자인 코드, 셔레이드까지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연출의도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촬영, 색채와 조명, 디자인, 셔레이드를 보는 눈이 생겼다면 화면분할과 시각적 리듬을 병행 분석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배운 것들을 다양한 프레임들에 적용해보는 반복 훈련입니다. 광각렌즈나 망원렌즈가 사용됐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라면 당연히 촛점거리의 선택에 관한 분석을 해야겠지요. 광각렌즈라면 광각렌즈가 지닌 탈집중화, 딥포커스, 왜곡현상 등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망원렌즈라면 집중화현상, 공간 압축, 이동초점 등을 함께 거론합니다. 이 샷을 스테디캠의 롱테이크로 잡겠다거나, 몽타주 편집기법으로 시간과 공간 변화의 속도감을 높이겠다는 추론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분석 글을 쓰고, 구술로 정리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발 한발 목표에 근접합니다.

 

훈련 과정 속에서 디졸브, 페이드 인/아웃과 같은 장면전환기법 등 영화 관련 기본 용어들의 정의와 활용법을 배우고 암기하는 것은 덤입니다. 간략한 영화사를 훑어보면서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영화문법의 대부분이 오래 전에 제시되고 완성됐다는 사실도 확인하면서 1920~60년대 주요 영화들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는 것은 영화과 입시생들만의 특권이겠지요!

 

물론 칼도 한번 안 잡아본 사람이 글로 요리를 배우는 일이 쉽지 않는 것처럼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입시생들이 이 모든 것을 글과 개념으로 이해하고 익힌다는 것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훌륭한 교과서들이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어떤 교과서냐고요? 영화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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