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프랑수와 트뤼포가 평생 추구한 <버려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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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반

무라카미 하루키, "프랑수와 트뤼포가 평생 추구한 <버려지는 것>"

by 영화과 글쓰기 2020. 11. 12.

 

푸랑수와 트뤼포 <400번의 구타>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와 트뤼포의 전기를 읽고, 트뤼포 역시 유소년 시절에 부모와 떨어져(거치적거리는 존재로 거의 방치되어) 다른 집에 맡겨진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트뤼포는 평생 작품을 통해 '버려진다'는 한 모티르를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사람은 누구나 많든 적든 잊을 수 없는, 그리고 그 실태를 말로는 타인에게 잘 전달할 수 없는 무거운 체험이 있고, 그걸 충분히 얘기하지 못한 채 살다가 죽어가는 것이리라.

 

- <고양이를 버리다>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 

 

 

 

트뤼포 감독의 걸작 <400번의 구타>는 상황과 어긋나는 일련의 행동으로 인해 가족과 불편해지고 결국은 소년원에 가게 되는 사춘기 소년 앙투완 드와넬(장 피에르 레오 분)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학원의 한 입시생은 이 영화가 액션 영화인 줄 알았다고 말해 즐거운 웃음을 안겨준 기억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영화 말미 주인공이 소년원을 탈출하여 시골길을 정처없이 뛰어가는 장면입니다.

 

카메라는 무언가를 향해, 아마도 자유를 향해서, 달리는 앙투완을 약 80초 가량의 트래킹 샷으로 쫓습니다. 달리는 소년 주변의 황량한 시골 풍경을 카메라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롱 샷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롱테이크 장면을 보면서 관객은 앙트완이 느끼는 고독하고 황량한 시간의 절대량을 고스란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트랭킹 샷은 카메라가 움직이는 인물을 쫓습니다. 카메라는 인물의 옆이나 앞, 혹은 뒤에서 인물을 따라갑니다. 트래킹 샷은 카메라가 움직이는 인물을 따라간다는 의미에서 샷의 움직임에 동기가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트래킹 샷은 인물의 움직임의 속도나 지형적 여건에 따라 핸드헬드, 스테디캠, 바퀴 달린 달리, 트랙 위의 달리, 자동차 등을 사용해서 촬영합니다.   

 

 

<400번의 구타>

 

위 사진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지 화면일 겁니다. 앙투완 드와넬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면서 영화도 함께 멈춰버립니다. 소년원을 탈출하여 황량한 시골길을 한참을 달려온 소년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바다에 도착하지만 갑자기 달리기를 중단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겁니다. 이제 소년은 선택해야 합니다. 그가 도망쳐 나온 경직되고 차가운 소년원, 그 보다 더 냉랭한 가정과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인지 여부를 말입니다. 

 

그런데 트뤼포는 여기서 영화를 중단시킵니다. 그 역시 아무런 해결책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평소 곤경에 빠진 주인공이 마침내 이상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관객을 편안하게 안심시키는 영화들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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