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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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반

180도 법칙

by 영화과 글쓰기 2020. 11. 4.

 

 

영화의 촬영과 편집의 문법은 보는 이들에게 일정한 공간 감각을 유지시켜주고 등장인물 간의 위치적 관계를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기능을 합니다. 쉽게 말해 관객이 헷갈리거나 방해받지 않고 영화의 이야기 진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180도 법칙도 그같은 기능을 합니다. 촬영과 편집과정에서 180도 법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관객은 순간 공간적 혼동을 느낍니다. 당연히 영화의 서사적 진행에 관심을 기울여 오던 관객의 집중력이 그 순간 깨지게 됩니다.

 

축구시합 중계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현장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하면 경기장 세로축의 이쪽에서 보던, 건너편 쪽에서 보던 양쪽 팀의 위치와 진행방향이 전혀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3차원의 현실세계를 카메라에 담아 2차원의 화면에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래서 축구경기를 중계할 때 카메라는 세로축의 한쪽(180도 안)에서 찍습니다. 화면으로 보는 사람들은 왼쪽은 우리 팀, 오른쪽은 상대 팀이라고 압니다. 만약 중계 카메라가 세로축을 가로질러 왔다 갔다 중계하면 어떻게 될까요? 조금전까지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을 몰고가는 팀이 우리 팀이었는데, 갑자기 그게 반대로 바뀝니다. 한마디로 헷갈리는 거지요. 

 

 

 

180도 법칙 <사진 출처 : Wikipedia>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그림을 보시지요. 파랑색 옷의 인물과 노랑색 인물이 서로 마주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가상의 선이 있다고 하지요. 그것을 점선으로 표시했는데, 이 가상선을 180도 선이라고 합니다. 

 

4번 카메라로 찍은 모습이 그림 오른쪽 위에 표시돼 있습니다. 노란색 인물이 왼쪽에 있고, 파랑색 인물은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 좌우의 공간적 관계는 1번 카메라부터 7번 카메라까지 어느 위치에서 촬영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가상선을 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카메라가 초록색 반원의 180도 반경에서 촬영하다가 초록색 반원을 넘어 붉은색 반원 쪽으로 가서 촬영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 말해 180도 법칙을 깨면 인물들의 공간적 위치 관계가 어떻게 변할거냐는 거지요. 당연히 두 인물의 좌우 위치가 바뀌게 됩니다.

 

조금전까지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을 몰고 가는 선수가 우리 편이었는데, 갑자기 그게 반대 편 선수로 뒤바뀌는 것처럼 관객은 순간 공간적 혼동을 느낍니다. 혼동을 강하게 받아들일수록 영화의 서사적 진행의 몰입에 방해받는 강도가 커지게 되겠지요. 튀는 화면,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혼동을 주지 않도록 촬영과 편집과정에서 신경써서 준수하는 것이 180도 법칙입니다. 180도 법칙은 영화 제작과정에서 한 씬(scene) 안에서 인물과 인물 간의 공간적 관계에 관한 기본 법칙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설정한 움직임의 가상선을 180도 선이라고 하고, 이 가상선을 넘지 않는 규칙을 180도 법칙이라고 합니다. 촬영은 물론 편집과정에서도 지켜지는 규칙입니다.

 

정지해 있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는 이 법칙을 따르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겠지만, 움직이는 피사체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180도 선을 넘어서 찍을 수 있습니다. 편집과정에서 이것을 그대로 이어붙인다면 튀는 장면이 나오게 되겠지요.

 

180도 법칙과 관련해서 하나 더 알아두면 좋을게 있습니다. 바로 30도 법칙입니다. 위 그림에서 180도 법칙에 따라서 오른쪽 초록색 반원에서 촬영을 했다고 해도 역시 튀는 화면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1번 카메라에서 찍은 샷 다음에 2번 카메라 샷을 붙이면 튀는 느낌이 생길 겁니다. 두 카메라의 위치 각도가 30도가 되지 않을 경우 그 두 샷을 바로 이어붙이면 화면연결이 순조롭지 않고 튀는 느낌을 줍니다.

 

30도 법칙은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동일한 인물의 샷과 샷 사이에서 카메라는 최소 30도 이상은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사체에 대해 카메라를 30도 이상 옮기지 않은 두 샷을 연속해서 보여준다면 장면은 불연속적이고 무언가 건너뛴 것처럼 불편한 느낌을 줄 겁니다. 1번 카메라 샷 다음에 2번이 아닌 3번 카메라 샷을 붙인다면 30도 법칙에 따른 것이고 화면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보일 겁니다. 

 

법칙을 잘 익히면, 그것을 깨는 법도 알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180도 법칙과 30도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연출가들은 이 두 법칙을 의도적으로 깨서 또 다른 연출 의도를 달성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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