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편집의 파괴 : 180도 법칙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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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반

연속편집의 파괴 : 180도 법칙 깨기

by 영화과 글쓰기 2020. 11. 5.

 

 

1930년대 중반부터 '연속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고전적 편집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게 됩니다.

 

'연속성'을 중시하는 편집이란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물 흐르듯 부드럽게 흘러가는 편집을 의미합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가 잘려지고 붙여졌다는 사실을 최대한 가려서 관객들이 영화를 본다는 사실 조차 망각하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른바 '연속 편집'이 세계 영화계의 주류 스타일을 형성하게 됩니다.

 

연속 편집은 몇가지 기본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① 행위와 시간과 장소를 일치시키고 ② 서사 형식을 단순화하고 ③ 페이드/ 오버랩/ 와이프(wipe) 등은 시간의 경과를 표현하고 ④ 샷-역샷의 주고 받음은 행위를 지속하는 느낌을 주며 ⑤ 하나의 샷 안에서 조명은 균등하게 지속된다는 것 등입니다. 편집 만이 아니라 영화의 다른 표현방법도 연속 편집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암묵적 원칙이 세워지고 유지됐습니다.

 

앞 글에서 180도 법칙과 30도 법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러한 법칙들도 연속편집의 대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하부 행동규범 같은 것입니다. 180도 법칙은 관객에게 일관성 있는 공간 감각을 제공하고, 등장인물 간의 위치적 관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영화의 이야기 진행에 집중할수록 돕는 영화적 문법입니다. 180도 법칙에 대한 글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180도 법칙

영화의 촬영과 편집의 문법은 보는 이들에게 일정한 공간 감각을 유지시켜주고 등장인물 간의 위치적 관계를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기능을 합니다. 쉽게 말해 관객이 헷갈리거나 방해받지 않고

filmnacting.tistory.com

 

 

그러나 재능있는 영화연출가들은 오랫동안 내려오고 지켜지던 영화문법들을 깨고, 비틀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합니다. 180도 법칙이나 30도 법칙도 그 예외는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180도 법칙을 어기는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연출의 의도는 다양합니다. 

 

'거리두기 효과'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제시한 극작 기법입니다.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환경이나 대상을 의도적으로 낯설게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소외효과'라고도 하는데, 연극을 보면서 극적 환영을 깨뜨리는 것이지요. 왜 그렇게 하냐고요? 관객이 무대 위의 허구적 사건에 대해 거리감을 갖게 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관객의 감정이입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막고 작품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하게 하고 더 나아가 작품이 투영하는 우리의 현실세계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갖도록 돕는 것입니다.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는 1950년대 말부터 6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의 영화사조 누벨바그 운동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푸랑수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 누벨바그의 주역들은 할리우드라는 주류 영화의 다양한 동일화 장치(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돕는 영화적 기법들)를 의도적으로 파괴했습니다. 

 

 

장 뤽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

 

고다르는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를 점프 컷을 활용해 자신의 영화에 도입했습니다.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미치광이 피에로> 등은 점프 컷을 통해 의도적으로 튀는 화면을 연출하면서 관객들의 감정이입이나 동일화를 의도적으로 방해합니다.

 

위 사진은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1960)의 한 장면인데, 샷-역샷으로 촬영한 이 장면에서 고다르는 파트리샤(진 세버그)의 뒷 모습을 보여주는 샷만을 남기고 옆에서 대화하는 미셀(잘 폴 벨몽드)이 나오는 샷들을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면이 튀는 것 같은 점프가 10개 이상 생기면서 장면의 연속성은 깨져버렸습니다.

 

프랑수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1959)에서도 점프컷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에게 질문을 받는 앙투완 드와넬의 일련의 샷에서 점프 컷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180도 법칙을 깬 대표적 영화 한편을 살펴보겠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80년 작품 <샤이닝>의 붉은 화장실 씬입니다. 

 

매년 폭설로 주변 도로로부터 고립되는 아웃룩 호텔의 겨울 관리인으로 온 잭과 가족들. 잭은 엄청난 고립감과 초자연적 힘에 의해 서서히 미쳐갑니다.  아래 사진은 <샤이닝>에서 180도 법칙을 깬 장면입니다.  두 인물이 좌우가 몇차례 바뀌면서 관객들은 화면이 살짝 튀는 것 같으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스탠리 큐브릭 <샤이닝> 

 

<샤이닝>은 180도 법칙깨기 외에도 디졸브, 컷 등 여러 장면전환 기법, 스매시 컷, 인물의 심리적 변화와 사건 진행을 암시하는 여러 차례의 설정 샷 등 책에서 공부한 내용들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장면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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